인간관계에서 오는 고통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대로 둬도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감기도 내버려 두면 큰 병이 되듯, 심리 문제에도 해결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세상에는 심리상담이 필요치 않은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심리 문제를 지나치게 의식해 상담을 꺼리기보다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에 관하여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에서 고은심리발달센터를 운영하는 이슬 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A. 센터 개원 전에 복지관, 병원, 사설센터, 방문치료 등 다양한 기관에서 근무를 해왔다. 치료사로서 다양한 내담자들과 다량의 케이스를 접할 수 있었던 소중하고 가치있는 경험이었다. 치료의 영역은 정립된 메뉴얼이 따로 존재하지 않아, 다양한 경험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치료사의 개인 역량이 십분 발휘되어야하는 영역이고 다양한 경험과 연륜의 축적이 치료사에겐 큰 강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치료사 개인이 재량에 따라 내담자에 맞춰 시간이나 장소와 같은 큰 틀을 조정하기란 쉽지 않았다. 제약이 없는 다양한 상황에서의 맞춤 치료를 진행해보고자 센터를 개원하고 싶은 욕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Q. 고은심리발달센터를 열기까지 대표님이 쌓아온 이력은.
A. 동국대 대학원에서 예술치료학과 미술치료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다운증후군 청소년의 미술치료 개별 연구’에 대한 논문을 쓰기도 했다. 이후 해외에서 다양한 실습을 하며 경험을 쌓았다. 독일 하펠회에 베를린국립병원에서 EU인지예술치료 부문과 독일 베를린 장애인 재활훈련시설에서 실습했다.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국립데이케어센터에서 교육실습을 나가기도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서울시청 ,구리시청, 서울시교육부, 대학교 내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집단미술치료를 진행했다. 계요정신병원, 가톨릭대학성빈센트 정신과 등에서 미술치료사 인턴과정을 마치고, 스카이 소아청소년과, 청심유치원, 도봉유치원 등 병원 및 교육기관뿐 아니라 남양주, 충현, 성가정 등 다양한 복지관에서도 근무했다.
Q. 고은심리발달센터의 주요 서비스를 소개해 달라.
A. 아동부터 청소년, 성인까지 누구든 고은심리발달센터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아동과 청소년의 경우 언어치료와 인지학습치료, 미술치료, 음악치료, 놀이치료를 권장한다. 언어치료는 전반적인 의사소통문제로 인해 사회적응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아동, 청소년이 대상이다. 아동의 언어발달은 정서, 인지, 사회성 발달지체와 연결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 치료로 올바르지 못한 의사소통 기능을 변화시키고 자신의 생활연령에 맞는 의사소통 기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인지학습치료는 인지적, 정서적 어려움으로 학습부진, 학습장애 등 학업에 어려움을 가진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주의집중력을 높이고 향상, 학습에 대한 내적 동기를 부여해 학교생활에 적응을 도와주는 치료다.
미술치료는 미술 활동을 통해 자신의 감정이나 내면세계를 표현하고 감정적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심리치료다. 특별한 재능이나 미술에 대한 전문적인 기술이 전혀 없어도 미술치료를 받으실 수 있다. 작품을 만들고 생각하는 과정과 그 뒤에 얻는 느낌과 깨달음이 치료적 도구가 된다.
음악치료는 음악 활동을 토대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학문적 영역의 기능을 높이는 치료법이다. 단순히 음악을 통해 기분을 좋게 하고 긴장을 푸는 정도의 개념이 아니다. 나이와 기질, 성향, 신체상태, 현재의 문제점을 고려해 그에 맞는 음악치료를 적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놀이치료는 언어적 표현이 미숙하거나 상담에 대해 거부적인 아동들이 놀이를 통해 심리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치료방법이다. 놀이는 아동의 내부와 외부세계 중간에 있다 보니 발달과 정서표현을 촉진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치료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치료사와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 기술을 배우고 문제해결 능력, 자신을 돌아보는 능력, 공감 능력을 형성할 수 있다. 또 부정적인 정서를 해소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성인의 경우 개인 심리상담과 부부상담, 가족상담을 받을 수 있다. 심리상담은 대화를 통해 심리적 고통을 나누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아를 성장시키는 과정이다. 심리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모두가 심각한 심리 장애를 지닌 것은 아니다. 일상적인 문제를 포함해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문제가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보다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
Q. 다른 치료기관과 비교해 고은심리발달센터만의 특징이 있다면.
A. 미술치료를 전공했기 때문에 이 분야에 특히 강점이 있다. 성인도 마찬가지지만, 언어적인 표현은 의미를 파악하기에 한계가 있는 경우가 많다. 평소에 쓰는 말투도 다 다르고 의식적으로 걸러내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미술에서는 이러한 언어적인 표현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개인의 의도와 관계없이 그림이나 표현에서 그간 감추려고 했던 것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만큼 표현의 범위가 커지고, 무의식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려진 내용. 즉, 결과물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내용을 표현하기까지의 과정을 더 중요하게 본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내담자의 기분이나 분위기, 표현에도 무의식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그림을 그리는 데에만 열중해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내담자에 따라 맞춤형 프로그램을 짠다는 점도 고은심리발달센터의 강점이다. 심리치료는 정해진 매뉴얼이 없는 분야다. 수학 공식처럼 같은 증상에 무조건 같은 치료법을 대입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일례로 아이들은 같은 장애를 진단받았어도 개별 특성에 따라 발현되는 정도나 방식이 모두 다르다. 심리, 정서적인 치료의 경우는 훨씬 더 다르다. 세상에 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으므로 맞춤형 프로그램이 정말 중요하다. 100명을 만나는 치료사가 100명에 맞는 치료 프로그램을 짜야 하는 이유다.
또한, 개인에게 맞춰진 치료이다 보니 내담자와의 신뢰 관계도 무척 중요하다. 서로 얼마나 친밀하게 여기고 믿고 있는지에 따라 내담자가 꺼내는 이야기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상담학에서는 이렇게 상담을 전제로 의사소통에서 상대방과 형성되는 친밀감이나 신뢰 관계를 ‘라포’라고 한다. 그만큼 내담자와 얼마나 라포를 형성하고 필요한 부분을 포착했는지가 그 사람에 대한 영향력을 좌우한다.
A. 우울증도 반드시 심리치료가 필요하다. 우울증은 상당수 사람이 큰 질병으로 생각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다 나아질 거다’며 놔두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센터를 찾는 내담자 중에서도 우울증이 생긴 지 한참 만에 오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모든 병이 그렇듯 우울증도 오래 내버려 두면 더욱 번지고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마음에는 면역이 없어 언제든 다시 아플 수 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기분이 다르고 우울하다고 느껴지면 묵혀두지 말고 최대한 빨리 찾아오기를 권한다. 치료받는 시기를 앞당기고 그때그때 도움을 받고 방법을 찾아 나갈 길들이 있다. ‘지나가겠지’라는 생각으로 더 마음 곯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
Q. 고은심리발달센터가 병원과 다른 점이 있다면.
A. 심리 문제로 고통받는 분 중에는 상담만으로도 가능한 분이 있지만 약이 필요한 분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상담을 통해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병원에 가셔야 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약보다는 상담이 좀 더 다가가기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약은 끊으면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많지만, 상담은 오래 걸리는 대신 끝나자마자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적다. ‘약이 좋다.’, ‘상담만이 좋다.’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약은 ‘의존’이고 상담은 ‘방법’을 찾는 것으로 생각한다. 오래 걸리더라도 차츰차츰 이겨낼 방법을 찾는 셈이다.
Q.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A. 치료실 선생님들을 이끌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사업가 마인드가 생기는 것 같다. 센터를 홍보해야 한다는 목적과 치료사 사이에서 딜레마가 생기더라. 원장이나 대표라는 타이틀이 아니라 치료사로서의 시작을 했던 초심과 치료사로서의 본질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Q. 해당 인터뷰 기사를 접하게 될 독자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A. 속상한 일이 반복된다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객관적인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청소년기에는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더 치료가 필요한 때도 있다. 그러나 이 업계에서 일하면서 단 한 번도 가해자를 만난 적이 없다. 왕따를 당해서 피해를 본 게 아니라면 문제를 크게 삼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럴 때 어른들이 더 나서서 도움을 줘야 하는데, 대체로 ‘나만 아니면 된다’라는 의식이 있는 것 같다.
내 자식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내 자식이 혹시나 학교폭력이나 왕따에 가담했을 때, 놓치지 않고 치료센터에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인성적·정서적으로 바르게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 선생님도 피해자들을 무작정 치료센터에 보낼 것이 아니라 인도할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은 치료센터에 오는 것을 많이 두려워한다. 비용적인 부담보다는 ‘내가 치료센터에 다닌다’라는 인식 자체가 두려워 첫걸음을 힘들어한다.
이런 경우 치료센터에 오는 것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와서 조금 더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의료 기록이 남지도 않는다. 치료를 받는다기보다 ‘나를 알아간다’라고 생각하면 좀 더 쉽게 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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