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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플레르모어 오경은 대표, “꽃처럼, 시처럼 사연을 담는 방배동의 작은 파리”

한국강소기업뉴스 | 기사입력 2020/11/11 [13:08]

서초구 플레르모어 오경은 대표, “꽃처럼, 시처럼 사연을 담는 방배동의 작은 파리”

한국강소기업뉴스 | 입력 : 2020/11/11 [13:08]

사람이 태어날 때 꽃이 피고 사람이 죽을 때 별이 떨어진다라는 말이 있다그만큼 꽃은 인간의 생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존재다꽃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꽃마다 전하고픈 말을 담고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개인마다또 그 관계에 따라 품고 있는 사연을 꽃으로 대신 표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중세 시대에는 기사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붉은 장미를 보내어 말 없는 뜻이나 감정을 전했다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붉은 카네이션도 존경과 건강을 비는 사랑을 뜻한다이렇게 꽃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꽃말이라고 한다일종의 꽃의 언어인 셈이다구구절절한 이야기를 꽃말로 대신하는 것이는 꽃과 함께 태어나 살아온 인간의 오랜 본능이다.

 

이에 관하여  플레르모어를 운영하는 오경은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플레르모어 오경은 대표



Q. 
플레르모어의 창업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시인이 하는 꽃집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저마다의 이야기와 이미지를 결합한 작품을 만드는 플로리스트가 되고 싶다꽃은 직관적으로 아름답다그리고 아름다움은 어떤 방식으로든 인간에게 위로가 된다고 믿는다그러니 거창한 취지가 있다기보다는 그저 꽃과 이 공간을 찾아주는 사람들이 플레르모어를 완성한다고 생각한다.

 

플레르 모어는 이라는 의미의 프랑스어와 ‘~이상이라는 의미의 영어를 임의로 결합한 단어다. ‘꽃 그 이상이라는 의미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그리고 그게 무엇인지는 저마다 정답이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상호명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확실한 답변을 해드리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Q. 플레르모어의 주 서비스 분야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아름다움을 찾는 데에 나이의 제한은 없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오신다삶의 양상은 천차만별이고 각자의 사연과 진심은 모두 귀하다는 것그러니 그 사연에 충실한 꽃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플레르모어의 유일한 서비스 전략을 꼽자면 그것 뿐이다.

 

우선 상품 제작은 기본적으로 예약제로 진행된다미리 꽃을 만들어 놓을 수도 있지만손님들 저마다의 취향이 다르고 선물의 목적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따라서 충분한 상담을 진행한 뒤 손님들이 원하시는 색감과 종류크기 등을 최대한 고려해 상품을 제작한다상품의 신선도를 위해 예약일에 맞춰 새벽 시장에 가려고 애쓰는 면도 있다물론 당일 예약도 가능은 하다.

 

상품 제작은 물론 플라워 클래스도 진행한다플라워 클래스는 취미반초급반중급반고급반센터피스 전문반핸드타이드 전문반원데이 클래스 등 다양하다까뜨린 뮐러 파리, 런던 지점에서 마스터 디플로마와 런던 플라워 스쿨에서 디플로마를 취득하였다. 이렇게 터득한 테크닉과 함께 한국 소비자의 선호와 취향에 맞춰 플라워 클래스를 진행한다.

 

손님이 많이 찾는 핸드타이드 꽃다발플라워 바스켓이 수업의 가장 기본이 된다이 외에도 센터피스캔들라브라화병꽂이테이블 장식플라워박스리스부케 등 다양한 커리큘럼을 진행하고 있다긴장하는 초보자분들을 위해 시간의 제약을 두지 않고 스스로 완성할 때까지 기다려드린다.

 

 

Q. 플레르모어만의 특징을 말씀해 주십시오.

 

A. 관계의 특수성과 사연궁극적으로 건네고 싶은 진심 등에 대해 충분히 상담하고 상품을 제작하는 점을 꼽을 수 있다당연한 말이지만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다모두가 다른 마음으로 꽃을 건넨다고 믿기 때문에 그 마음을 최대한 꽃의 이미지로 구현하려 한다시가 이미지의 장르이듯내가 만든 작품 역시 사연의 디테일이 살아 있길 바라기 때문이다. ‘시인이 하는 꽃집이라는 플레르 모어만의 특징을 좋아해 주시는 이유도 이런 노력을 알아주시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서초 방배동 플레르모어의 내외부전경 및 포트폴리오



Q. 
플레르모어를 운영하면서 가장 우선으로 보는 가치관과 철학은 무엇입니까?

 

A.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바로 마음이다고객분들과 자본과 기술을 교환하지만그것이 우리가 주고받는 것의 전부는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한 번도 본 적 없는 서로가 꽃이라는 공통분모로 만나 내밀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그 마음의 이미지를 꽃으로 제작하고그 꽃이 다시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는 일련의 과정이 너무도 소중한 추억이다서로의 좋은 시절에 다정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일더없이 값진 일이 아닌가그러니 마음에 대한 순정을 지키는 것이 플레르모어의 경영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Q. 플레르모어를 운영하면서 보람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

 

한번은 60대인 손님께서 대형 꽃다발을 주문하신 적이 있다주문을 받고 조금 의외였다연령대가 높은 손님일수록 가격 측면에서 부담을 느껴 대형 상품은 찾지 않으시기 때문이다선물 받으시는 분이 누구냐고 여쭤봤더니 여고 동창이라고 하셨다딸로서엄마로서아내로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온 친구가 암에 걸렸다는 말씀도 함께 해주셨다디자인과 색감은 자유롭게 만들되나이든 친구가 좋아할 만한 꽃다발이었으면 좋겠다는 주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어째서인지 자꾸만 두 분의 여고 시절을 더듬게 되더라. 50년이라는 세월이 너무도 아득해서 가슴이 저리기도경건해지기도 했다살아가는 힘인 동시에 짐이기도 했을 모든 관계를 벗어던진 소녀들에게 안부를 묻고 싶었다여전히 빛나고 있을 그 시절의 소녀들에게 대신 말해주고도 싶었다. “너희는 끝끝내 멋진 어른이 되었단다그리고 그건 오롯이 너희들의 노력 덕분이었어지금의 우리가 그때의 너희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라고.

 

그 꽃다발의 전체적인 톤은 화이트와 그린으로 정했다불현듯 함박눈이 쏟아지는 여름날의 들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메인은 카라였다카라의 꽃말은 순수개인적으로 청춘에 대해 내린 정의가 있는데그건 다름 아닌 마음의 늙지 않음이다따로 또 함께 긴 세월을 건너온 친구를 위해 꽃을 선물하는 그 마음이 청춘이 아니면 무엇인가선물 받으신 분께 연락을 받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그때 느꼈다꽃이 지닌 위로의 힘을.

 

 

Q. 꽃다발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또 다른 순간이 있다면.

 

A. 꽃은 참 다양한 사람들에게 전달된다부모형제친구애인스승상사까지 저마다의 특별한 사연을 품고 있는 관계들이다한 번은 30대 여성인 고객님께서 주문을 주셨다역시나 내 안목을 믿고 자유롭게 만들어달라고 하셨다고객님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천천히 둘러보니 평소에도 꽃을 굉장히 좋아하는 분이었다유독 활짝 웃는 사진들이 많았다어찌나 활짝 웃으시던지 보는 사람 기분이 다 상쾌해지는 느낌이었다그래서 고객님의 미소와 닮은 꽃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경쾌하고 화려한 느낌으로 제작했다.

 

알고 보니 자기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었다으레 꽃은 타인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선입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고단한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자신에게 격려의 꽃다발을 선물하다니정말 멋지지 않은가손님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만들었다는 말에 활짝 웃어주셔서 참 행복했다서로를 바라보며 함께 웃던 그 순간왜인지 내가 더 위로받고 말았다그날 나도 거울을 보며 이렇게 혼잣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충분히 잘 하고 있어.”

 

 

Q. 실제로 시와 함께 꽃다발을 선물하는 고객도 있나.

 

A. 자신이 쓴 시와 닮은 꽃다발을 자유롭게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받은 적이 있다플레르모어 오픈을 준비하면서부터 늘 꿈꾸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10주년을 기념하는 시였다함께 지켜온 따뜻한 맹세가 느껴졌다서툴지만 착한 다짐들에 울컥하기도 했다수없이 읽으며 생각했다결국어떤 것도 이 마음보다 아름다울 순 없겠다고.

 

너라는 하루를 산 지 10이라는 분의 진심을 어떻게 다 담아낼 수 있겠는가. 10년이라는 세월에는 두 사람만이 기억하는 청춘의 사랑과 꿈이 담겨 있을 것이다결국시인이자 플로리스트인 나는 수줍고도 화사한 꽃다발을 만들 수밖에 없다.

 

고객님과 내가 의미를 새긴 꽃은 리시안셔스였다더욱 화려한 꽃들도 활용했지만우아한 화형의 리시안셔스가 지닌 꽃말은 바로 변치 않는 사랑이기 때문이다혹자는 지지부진한 현실 앞에서 꽃말 같은 게 무슨 힘이 있냐고 말할 수도 있다그렇지만 순간의 진심이 그 고단한 일상을 끌어올리기도 하는 법이다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마음에 빚지며 살아가고기어이 서로를 살려주기도 한다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을 택한 나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어준 경험이었다. ‘시인이 하는 꽃집과 가장 잘 어울리는 멋진 추억이기도 하다.

 

 

Q. 현재의 사업장과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노하우(Know-how)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유럽에서의 생활이 너무도 행복했기에 방배동의 작은 파리를 만들고 싶었다그래서 상투적인 분위기의 꽃집은 콘셉트에서 제외했다가정집이었던 곳을 개조하다 보니 품이 많이 들었지만 내 손이 많이 간 공간인 만큼 애착이 크다유럽 스타일의 분위기를 많이 참고했다파리런던암스테르담 등에서 공수해온 소품들과 고풍스러운 가구들로 분위기를 연출했다일상에 지친 손님들이 이 공간에 머무는 동안만큼은 전혀 다른 시공간을 경험하길 바랐기 때문이다다행히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뿌듯하다.

 

 

Q. 플레르모어의 전망과 목표를 말씀해 주십시오.

 

A. 당분간은 거창한 전망과 목표를 가지기 어려울 것 같다워낙 힘든 시기이기 않은가고된 시기임에도 꽃으로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손님들을 위해 다정한 사장이 되고 싶을 뿐이다그리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먼 훗날플레르모어가 지금보다 더 단단한 기반을 다졌을 그때 이루고 싶은 소망은 있다저소득층 청소년들이나 미혼모 등 사회적인 보호가 필요한 분들과 함께 꽃을 만드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아름다운 것을 곁에 두며 얻는 마음의 위로는 물론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아직은 자신의 일상을 꾸리는 것만으로도 버겁지만혼자서만 잘 사는 건 쓸쓸한 일이니까따뜻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삶을 사는 게 플로리스트이자 시인으로서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Q. 해당 인터뷰 기사를 접하게 될 독자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A. 괴로움도 즐거움도 결국 다 지나가고모든 순간은 오직 한 번뿐이다그러니 더더욱 순간을 소중히 여기면 좋겠다오늘의 사랑과 오늘의 감사를 지나치지 않았으면그렇게 다정하게 나아갔으면 좋겠다그 끝에 무엇이 있든 개의치 않고 씩씩하게 말이다아무쪼록 인생을 꽃처럼 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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