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는 그 종류에 따라 전혀 다른 기억이 된다.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라는 노랫말처럼 좋은 향기는 오랜 시간 기억에 남아 때로는 애틋한 향수를 일으킨다. 반대로 진한 향수 내음 같은 불편한 향기는 불쾌한 경험을 남기기도 한다. 이처럼 향기는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존재지만, 동시에 감정을 증폭시키고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강렬한 존재감 때문에 향기는 한 공간과 개인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나만의 공간에 향초를 켜고 석고 방향제를 들여놓는 것도 같은 이유다. 특히 인위적인 향이 아니라 천연의 재료로 만들어내는 향기는 가장 손쉽게 기분을 전환하고, 불안하거나 긴장된 심신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거제시 아주동에서 천연재료로 향을 빚어내는 센츄의 이기쁨 대표를 만나 천연제품과 핸드메이드에 대한 생각과 목표를 들어보았다.
A. 처음부터 ‘창업해야지!’라는 커다란 마음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던 공예사진을 보고 단순히 예뻐서 배워보고 싶어서 배우게 됐다. 막상 배워보니 단순하지만은 않은 작업이었다. 그리고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 느끼는 성취감과 만족도뿐 아니라 많은 향기를 접하면서 좋은 기분까지 들더라.
그렇게 공예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한 가지를 배우면 두 가지를 알고 싶고, 배움을 이어 나가다 보니 어느새 자격증만 10개 이상이 되었다. 그 사이에 실력과 지식도 많이 늘었다. 재밌어하던 일(취미)이 자기의 일(직업)이 된 사람이 나 같은 사례일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이런 향기가 주는 기쁨을 느꼈으면 했다.
Q. 센츄의 주 서비스 분야를 소개해 주십시오.
A. 아무래도 관심이 많은 층은 20~30대 여성분인 것 같다.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있고, 자기에게 투자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연령대이기 때문이다. 물론 키즈클래스를 동반한 가족과 커플 동반도 많이 찾아주시지만 원데이클래스에서 취미반까지가 한계더라. 하지만 요즘 20~30대분들의 경우 새로운 일을 찾고 있거나 일상에 변화를 주고 싶어서 오시는 분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 그리고 자격증을 따고 창업반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제일 많은 연령대다.
캔들, 비누, 화장품, 석고 방향제. 그러니까 천연의 재료와 향으로 만들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목을 취급한다고 보면 된다. 초기에는 캔들을 위주로(예쁜 캔들 공예) 진행했는데, 코로나 이후 천연과 안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화장품과 비누에 대한 수요가 많이 늘었다. 화장품의 경우 전 세계에서 최초로 한국에서 국가자격증(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이 생겨났고, 해당 자격증을 취득하고자 하는 분들은 거기에 맞춰서 수업을 진행해 드리고 있다.
키즈, 성인 취미, 데이트 코스 및 창업반 등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각 수준에 맞게 준비한다. 기업 및 단체 출강도 하고 있다. 단순히 만드는 것뿐 아니라 자존감도 키워주고 아로마를 통한 심리상담도 겸하고 있다. 위에 말한 것처럼 국가자격증을 원하면 그에 맞는 교육도 겸해서 알려주고 있다.
Q. 센츄만의 특징을 말씀해 주십시오.
A.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작품 전시를 했다. 공방뿐 아니라 거제도 라마다호텔 1층에도 입점해있다. 또 많은 자격증 개수만큼 지식이 많다는 게 장점이겠다. 그 자격증을 만든 협회를 찾아다니면서 대전, 광주, 부산, 서울, 여수 등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원작자에게 배우면 확실히 왜 이렇게 커리큘럼이 나왔고, 어떤 원리인지 더 자세히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배운 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더할 건 더하고 뺄 건 빼서 수강생들에게 전달한다.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겪지 않고 편하게 갈 수 있게 해줘서 다시 배우고 또 찾아보고 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 주는 게 우리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A. 후회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 나의 경영 철학이다. 수강생이든 직원이든 날 믿고 찾아와준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 비싼 금액뿐 아니라 금액으로 산정할 수 없는 시간을 나에게 내어준 것이기에 그것을 보상하고자 했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를 때 그냥 찾아갔던 공방에서 사후 서비스를 전혀 해주지 않더라. 그래서 다시 배웠다. 그런 과정을 내 수강생들이 겪지 않았으면 한다.
Q. 센츄를 운영하는 대표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봉사 활동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정말 많을 거다.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마음으로만 남아있는 분들이 대다수다. 나도 그런 경우였다. 그런데 공예를 시작하고 나서 행동으로 옮길 기회가 많이 생겼다. 내가 선택한 봉사는 재능기부였다. 나의 기술을 알려주는 봉사였다. 처음에 장애인 복지관에서 수업하게 됐는데 반응이 좋았던 거다.
그래서 나중엔 재능기부가 아닌 정규 수업 강사가 되어서 가게 되었고, 재능기부 대신 물품 기부를 하게 되었다. 그러다 인연이 닿았던 장애인 중에는 날 따로 찾아와서 수업을 듣는 경우도 생겼다. 매주 취미로 배우다가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며 자격증까지 배우게 되었다. 20대인데 난생처음으로 생기는 자격증이라고 한다.
그리고 만든 제품을 주변 사람들이 많이 사준다고 한다. 만들어간 제품을 판매하고, 그 금액으로 수업을 듣곤 했다. 항상 부모님께 용돈을 받던 아이가 스스로 벌어서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되었을 때 정말 기쁘더라. 누구에겐 정말 쉬운 일이겠지만 어떤 사람에겐 그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Q. 현재의 사업장과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노하우(Know-how)를 말씀해 주십시오.
A. 배우는 걸 정말 좋아한다. 책 읽는 것도 즐긴다.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멈춰있는 게 아니라 항상 발전해 나갔던 게 나의 노하우라면 노하우일 것 같다. 도전도 많이 하고, 새로운 시도도 많이 했다, 그만큼 많은 기회비용을 소모했지만, 그 또한 후회되진 않는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사업장과 시스템이 생겼기 때문이다.
Q. 전망과 목표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천연, DIY 등 코로나 이후로 이런 키워드는 더더욱 인기를 끄는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 그렇듯 많은 변화를 나도 따라가야겠다. 그래서 나도 비대면 교육 서비스를 발전시켜볼 생각이다. 오히려 지금이 더 기회라는 생각마저 든다. 해외에 많은 사람도 영상을 쉽게 접할 수 있고, 한국의 손재주를 좋아하고 배우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만이 아닌 해외까지 나의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목표다.
Q. 해당 인터뷰 기사를 접하게 될 독자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A. 모든 일과 꿈은 시작하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 있고, 계획이 있어도 시작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이 기사를 읽고 있는 독자들도 공예에 관심이 있거나, 아니면 어떠한 일을 해보고자 하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공예가 아니어도 괜찮고, 나를 찾아오지 않아도 괜찮다. 사소한 일들, 예를 들어 아침에 이불을 정리하고 일어나는 행동만 하더라도 삶에 변화가 찾아온다고 한다.
나는 그 변화를 주는 향기를 얻고 싶어서 공방을 차린 것이었고, 앞으로도 더 많은 향과 기쁨을 많은 분에게 나누고 싶다. 독자분들도 본인의, 향만을 지칭하는 게 아닌 꿈같은 추상적인 것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 기쁨과 행복은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향기가 주는 기쁨을 독자님들께 전해드리고 싶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좋은 향이 나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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