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네일샵을 간다고 하면 손톱을 관리하고 꾸미기 위해서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실 사람들이 네일샵을 찾는 이유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네일아트에 자신의 정체성과 감정을 투영해 기분 전환을 꾀하거나 손발톱의 건강을 위해 방문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시술 시간 동안 네일리스트와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위안을 얻고 싶은 사람도 많다.
이렇다 보니 뷰티 업계를 일종의 ‘정서 산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따라서 네일리스트는 네일 실력과 디자인 감각을 갖추는 것은 물론 고객과의 정서적인 교감을 하기 위한 공감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원만한 인간관계 능력이 있어야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의 고객을 수월하게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하여 부산 수영구 광안동에서 주네일&공간제비를 운영하는 구선주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A. 지금 운영 중인 주네일&공간제비는 2017년 1월에 문을 연 기존 네일샵에 소규모 공간대여업을 추가한 것이다. 원데이클래스와 소규모모임, 전시, 프리마켓을 모두 할 수 있는 복합문화 공간을 지향한다. 뷰티와 생활밀착형 문화공유, 그 안에서의 소통과 위로가 주된 모토다. 차후 내가 할 수 있는 능력 범위 안에서의 경력 단절 여성, 미혼모나 소외된 친구들을 위한 노력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위처럼 많은 사람과 위로와 배움을 나누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지만, 위로든 배움이든 대학을 졸업하고 기본적인 자격을 얻어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래 공부를 좋아하지 않고 가게까지 이전한 터라 내가 다 해나갈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경남정보대 미용계열 산업체 위탁반 김경미교수님과 인연이 되어 일과 병행하는데 큰 걱정을 덜었다. 늦은 나이에 내일배움카드를 통해 네일아트에 입문한 후 취업성공패키지, 창업대출까지 많은 도움을 받은 끝에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 그 모든 시간이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준비하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Q. 주네일&공간제비의 주 서비스를 소개해 주십시오
A. 야간 네일 특성상 백화점 근무자분들, 3교대 근무하는 간호사, 워킹맘, 그리고 아기 재우고 나오는 주부분들이 많이 찾으신다. 백화점 근무자들의 경우 의류나 상자를 많이 만지는 경우가 많고 병원근무자들은 장기간 알코올 솜이나 소독제 노출로 손톱이나 손톱 주변 피부가 손상된 분이 많다. 장시간 서서 일하는 근무환경에 발각질이나 파고드는 발톱 문제 등을 토로하시는 부분이 많다.
이런 분들께는 문제성 손발톱 관리의 핵심은 샵 방문 주기관리와 홈케어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가끔 오시는 것보다 주기적으로 오셔서 꾸준히 관리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영업을 해왔다. 발톱 하나를 자르더라도 네일샵에서 자르면 다르다는 걸 아시는 분들은 샵으로 오시게 된다. 집에서 잘못 자른 발톱 때문에 파고드는 발톱이 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 의견을 수렴해 손 관리, 발 관리를 주기적으로 해주시는 고객님들이 다수 형성되어 만족을 느끼시고 소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신랑이나 아이들을 보내시는 분도 있다.
그리고 우리 주네일&공간제비에서는 요일별로 오일파스텔, 켈리그라피, 감성수채화, 캔들, 석고방향제, 플라워 등 다양한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클래스는 계속 업데이트 중이다. 여기에 매주 운세를 상담해주는 코너인 ‘무엇이든물어보살day’도 인기가 많다.
그 외에도 정기적으로 서예교실을 운영하며 요청 시에는 한국전례원 출신 강사님이 예의범절강의도 해주신다. 주말은 아이와 함께 오는 고객들을 위해 발도로프 스타일 키즈 원데이클래스도 운영 중이며, 평일에는 아이 없이 성인 수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수업은 선생님을 포함해 3~4명의 소규모로 이뤄진다. 이 밖에 외국인을 위한 원데이클래스나 프리토킹교실, 부산을 찾는 관광객을 위한 짐보관서비스 럭스테이, 근처 주민분들을 위한 무료 팩스대여서비스 등도 있다. 그런 점에서 공간제비는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Q. 여타 유사 업종과 비교해 볼 때 주네일&공간제비만의 특징을 말씀해 주십시오.
A. 가장 큰 특징이라면 운영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오픈 시간이 오후 1시이고 마감은 새벽 1~2시다. 코로나19 영업 제한 시간과 집합금지를 모른 척할 순 없고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손님들과 넋두리를 하곤 한다. 하지만 퇴근 후 즐길 수 있다는 운영시간과 한곳에서 여러 가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선택의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는 점. 두 가지를 특징으로 꼽고 싶다.
A. 나의 가치관은 이곳의 이름에 담겨있다. 이곳의 이름 ‘제비’는 ‘자매 제’라는 한자에 ‘도울 비’를 사용한 표현이다. 새가 작고 소박하기도 했고 말장난 같은 단어가 마음에 들었다. 아뜰리에, 갤러리와 같은 거창한 표현보다 나에게 더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로고에 있는 한자는 차후에 철학선생님이 내 사주에 맞는 한자를 주셔서 사용한 것이다. 이 이름의 뜻처럼 ‘소박한 위로와 배움의 터’ 공간제비를 준비하면서 나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곳을 찾는 분들께 어떤 방식으로든 최대한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 야간에 시술하면서 고객님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언니 나도 뭐라도 해볼까.’, ‘언니 나도 네일이나 배워 볼까.’라는 말을 듣곤 한다. 예전의 내 모습을 보여주는 거울 같아 어떨 때는 시술 시간보다 한참 더 시간을 써서 상담을 해주고 이야기 들어줄 때가 있다. 이렇다 보니 이곳이 네일샵이 아니라 갱생센터라며 우스갯소리를 하시는 고객님도 있다.
나는 방황이 길어지면 돌아올 방법도 막막해진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안다. 다른 길로 멀리 가 있는 사람들은 엄두도 안 나고 절대 지금의 자리로 오지 못할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예전의 나 같은 언니, 동생에게 도움을 주고 그간 내가 받은 도움을 사회에 돌려드리고자 한다. 시작부터 지속 가능하고 사회에 녹아드는 경제와 결합한 자가발전형 모델을 작게나마 제시하고 실제적 활동 위주로 구현시켜 드리고 싶다.
Q.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네일을 배워서 가게도 차리고 좋은 분들을 만나서 여기까지 온 것이 정말 기적이고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가 오기 전 야간 네일을 운영할 때 방문해주신 고객님들이 특히 많이 생각난다. 육아에 지친 엄마들, 감정노동으로 만신창이로 퇴근하신 고객님들이 야간에 네일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너무 좋아하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한두 시간이지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이야기도 나누는 과정에서 나 또한 감정적인 부분에서 위로를 받고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샵 이전 후 멀어져서 불편하실 텐데도 환불을 하겠다는 분이 한 분도 없으신 것도 너무 감사한 일이다. 네일샵과 공간대여를 함께하는 것이 멋지다며 응원해주는 고객님들도 있다. 샵의 처음부터 끝까지 결국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나는 것 같다.
Q. 현재의 사업장과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노하우(Know-how)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아무래도 네일샵의 기본은 네일이다. 기본이 바탕이 돼야 놀 수 있다는 점은 불변의 진리다. 앞으로 어떤 일을 더 하더라도 본업이 무엇인지 잊지 않고 중심을 잘 지켜가는 것이 일종의 노하우다. 네일 공부도 더 많이 하면서 항상 주네일 언니로 남고 싶은 생각이다.
Q. 주네일&공간제비의 전망과 목표를 말씀해 주십시오.
A.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서 부산을 찾는 내외국인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이색 데이트 코스로서의 활용하고 싶다. 여행전문 플랫폼인 비투어에 입점하거나 온라인커뮤니티를 활용하고 컨텐츠를 제작하는 등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고객과 함께 가는 배움의 공간, 생업을 위한 창업유도의 장소, 딱딱한 분위기가 아닌 뷰티업을 하고 싶다. 나아가 타로, 미술, 아로마테라피를 접목해 진로, 가족, 외부단절 등 심리상담하는 곳이 꿈이다. 앞으로 실행해 볼 생각과 구상이 많다.
또한, 젤네일이 대세이기는 하지만 고객님들께 지속적인 네일 관리의 필요성을 꾸준히 알리고자 한다. 헤어샵처럼 남녀노소 자연스럽게 오가는 고급스럽고 대중화된 공간이 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오시는 오래된 단골들이 많은 만큼 직업과 생활 패턴에 맞는 아트를 맡겨주시는 동네 사랑방 분위기의 네일샵이지만 조만간 다른 지점을 작게 열 것 같다. 앞으로도 공간제비의 가능성을 무한하게 열어놓고자 한다.
Q. 해당 인터뷰 기사를 접하게 될 독자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A. 10월 중순에 제비플리마켓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올해 말에는 제비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드리기 위해 많은 노력과 준비를 계속해 나가겠다. 따뜻한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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