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 속에서 음악은 그 장르를 불문하고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지기도 하고 힘을 내게 하거나 혹은 함께 슬퍼하기도 한다. 특히 어떤 음악을 따라 부르거나 피아노나 기타 등, 대중에게 친숙한 도구를 사용해 음악 행위의 주체가 되면 그 감동은 두 배, 세 배가 된다. 최근 다양한 악기를 배울 수 있는 실용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접근성도 매우 좋아졌다.
특히 여러 이유로 어릴 때 배우지 못했던 피아노와 기타, 보컬 등에 대한 배움의 활로가 열리면서, 성인이 되어 학교나 직장을 다니면서도 많은 이들이 체계적으로 음악을 배울 수 있는 기관을 찾고 있다. LP, CD나 MP3 등에서 듣기만 했었던 음악을 직접 연주하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음악 교육의 범주에서 넘어서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공감을 주는 행위로 발전하기 마련이다.
이에 관하여 광주 남구에서 마에스트로성인음악학원을 운영하는 정효은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마에스트로성인음악학원의 개원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대학교를 졸업 후 광주 시립합창단에서 8년 동안 근무하면서 동시에 꾸준히 레슨을 했다. 성인들을 레슨 할 때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즐기면서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이들은 대부분 레슨 시간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가 되면 대회에 나가야 하고 상을 받아야 하고 무조건 잘해야만 살 수 있는 삶이 오히려 안타까웠다. 그래서 스스로의 결정으로 즐겁게 취미로 음악을 배우길 원하는 분들을 만나서 나도 스트레스받지 않고 즐기며 하는 레슨을 하고 싶었다.
로고를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듯이 피아노 건반이 와인 잔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다. 와인이 성인을 위한 존재인 것처럼, 이 학원도 마찬가지다. 이미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성인들이 자유롭게 즐기며 다닐 수 있는, 오로지 성인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자 마에스트로성인음악학원을 열게 되었다.
Q. 마에스트로성인음악학원의 주 서비스를 소개해 주십시오.
A. 이곳은 20세 이상의 성인들이 취미로 음악을 배우는 공간이다. 전공생, 입시생 그리고 어린이들이 함께 다니다 보면 이제 막 시작하는 수강생의 입장에서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마에스트로에서는 취미를 목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성인만을 대상으로 성악, 실용보컬, 어쿠스틱 기타, 피아노를 가르친다. 일대일 레슨으로만 진행되기 때문에 교재를 쓰기보다는 수강생의 수준을 고려하여 필요한 곡을 선정해서 맞춤 레슨을 해드린다.
간혹 귀로만 음악을 듣고 본인의 수준에 맞지 않는 어려운 곡을 연주하겠다고 오시는 분들이 계신다. 그러다 보면 주입식 교육을 할 수밖에 없고 새로운 악보를 볼 때마다 또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기에 굉장히 힘들어하신다. 그래서 수강생분들께 레슨의 목적이 나에게서 독립해 나가는 것이라고 항상 이야기한다. 나중에 이곳을 그만두더라도 새로운 악보를 보고 연주할 수 있어야 하니 말이다.
또한, 프로 무대에서 많은 연주를 해보았던 경험을 토대로 취미로 배우는 수강생들에게 무대에서 느끼는 희열을 똑같이 느끼게 해주고자 연주홀을 특히 신경 써 만들었다. 종종 ‘이 공간이 너무 낭비되는 공간 아니에요? 차라리 연습실을 더 많이 만드는 게 좋았을 텐데….’라고 말씀하는 분들도 계신다. 그러나 음악을 배우는 것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에 기억되는 추억을 만들고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무대 경험을 꼭 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평소 연주홀은 수강생들이 모여서 노는 공간도 될 수 있다. 성인들만 모이는 공간이다 보니 가끔은 모여서 술을 마시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마무리는 꼭 연주하면서 끝나게 되더라. 그렇게 자유로운 친목과 즐거운 기억 속에 음악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Q. 마에스트로성인음악학원만의 특징을 말씀해 주십시오.
A.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음악학원이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런데 간혹 중고생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께서 아이가 다 컸는데 동네 학원은 보내기가 좀 그렇고 마에스트로에 보내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학원을 처음 열었을 때는 수강생이 별로 없었던 터라 그 말에 굉장히 많이 흔들렸다.
그러나 아이들을 받게 되다 보면 마에스트로의 가장 큰 특징이 사라지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심을 꽉 붙잡고 성인만을 받기로 나만의 고집을 부리게 되었다. 이제는 그 수강생들과 친구가 되어 트래킹을 가거나 캠핑을 하는 다양한 경험도 한다. 한 수강생의 후기 중에 마에스트로에는 뭘 배우러 가기보다는 놀러 간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고 하시는 분이 계신다.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마에스트로다.
Q. 운영에 있어 가장 우선으로 보는 가치관과 철학은 무엇입니까?
A. 사람이 살면서 가장 힘든 게 인간관계라고 생각한다. 물론 선생님들이 레슨을 잘하고 수강생 관리까지 잘해주어 그 수강생이 마에스트로에서 오랫동안 함께 해주면 최고로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고 해서 비난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선생님은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선생님들이 대부분인데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서 최대한 믿고 기다려 준다. 그때의 나를 되돌아보면 나도 많이 부족했으니 말이다. 단지 성실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기다려 주다 보면 하루하루 레슨하면서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기리라 믿는다.
또한, 수강생에게 무조건적인 친절은 베풀지 말라고 한다. 레슨 시간에 상습적으로 나타나지 않거나 시간을 마음대로 바꿔버리는 수강생들이 있는데, 이들의 레슨 날에는 매번 선생님이 긴장하면서 기다린다. 그렇게 매번 기다리는 선생님에게도 스트레스가 오는 것은 물론, 그 분을 바라보는 내 마음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마에스트로에서 일하시는 선생님들이 스트레스 없이 오랫동안 함께 일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게 나의 마음이다.
수강생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함께 일하시는 선생님들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내가 존중하는 마음으로 선생님들을 믿고 기다려 주었을 때 선생님들이 알아서 나보다 더 수강생들에게 잘해주시고 더 친해져 있더라. 선생님과 수강생이 학원 밖에서 만나 식사를 하시거나 세차 친구도 되는 경우도 있다.
인간관계 다음으로는 학원의 청결을 중요하게 여긴다. 학원에서 나는 주로 고개를 떨구고 다닌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머리카락은 없는지 보려는 것이다. 학원의 인테리어나 청결도를 보고 “학원이 생긴 지 별로 안 되었나 봐요?”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2018년도에 오픈했다고 하면 다들 깜짝 놀란다. 그만큼 언제나 예쁜 학원, 깨끗한 학원이 되도록 유지하려고 한다. 그래야 학원에 방문하시는 분들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Q.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1년에 약 3회 정도는 연주회를 열고자 하는데 연주회가 끝나자마자 “선생님, 다음 연주곡은 어떤 곡을 할까요?” 하는 수강생들이 계신다. 가르친 보람도 있지만, 수강생의 입장에서는 인생에서 몇 안 되는 추억거리가 생겼을 수도 있고 아쉬움도 남아서 하는 질문이라 생각하니 정말 기분 좋다.
한 번은 연인과 이별 후에 피아노를 배우겠다며 등록한 수강생이 있었다. 몇 개월 배우고 승진 시험을 준비하느라 그만두었지만, 레슨 마지막 날 피아노를 치면서 이별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며 다음을 기약하던 그분도 많이 생각난다.
또 한 번은 어릴 때 피아노를 너무 배우고 싶었는데 가정 형편이 어려워 나중에 돈을 벌면 꼭 배워야지 했는데 자신이 지금 한 곡을 완성해서 치고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며 좋아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피아노를 처음 배우다 보니 더디긴 했지만 매일 오셔서 연습하시고 얼마 후에는 연주회까지 서셨다.
어느 날은 76세 할아버지께서 노래를 배우고 싶다고 오셨다. 며칠 전부터 마에스트로 앞을 계속 서성거리다가 다시 돌아가곤 하셨는데 용기를 내어 다시 오셨다. 중학교 시절에 노래를 못한다며 많은 친구 앞에서 음악 선생님께 크게 혼난 후로 그 트라우마 때문에 지금껏 누구 앞에서 단 한 번도 노래를 불러본 적이 없다고 하셨다.
꾸준히 발성법도 배우시고 여러 곡의 노래도 배우신 후에 연주회도 몇 번이나 가지셨다. 이제는 누구 앞에서 노래하는 게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고 말씀하셨을 때 정말 뿌듯했다. 올해로 80세가 되셨는데 얼마 전에 설이라며 과일을 들고 학원에 방문하셨다.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뵐 수 있으면 좋겠다.
Q. 앞으로의 전망과 목표를 말씀해 주십시오.
A. 마에스트로 성인음악학원에 오시는 모든 분이 음악이라는 하나의 콘텐츠로 만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교류해 서로 좋은 친구가 되는 공간이 되길 원한다. 성인이다 보니 어릴 때 음악을 배웠던 분들도 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배우시는 분들도 있다. 따라서 음악의 실력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단지 시작이 다를 뿐이니 서로 경쟁하는 대상도 되지 않았으면 한다. 서로의 위치에서 존중해주고 박수를 보내주다 보면 마에스트로 자체가 힐링의 공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수강생들이 학원에 오셔서 연습보다는 나와 수다를 떠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로와 희망을 느끼셔도 좋을 것 같다. 열심히 수다를 떤 후에는 마음의 가책을 느껴서라도 조금씩 연습하고 가시더라. (웃음) 그래서 수강생들에게는 연습하기 싫으면 놀러라도 오라고 한다. 그리고 마에스트로에 다니는 모든 수강생이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예쁜 학원, 소통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Q.해당 인터뷰 기사를 접하게 될 독자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A. 음악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수강생들에게 음악은 취미로 하라는 말을 자주 한다. 아마추어임에도 음악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분들을 보면 나보다 다양한 지식을 알고 계실 때도 있다. 전공자로서 가끔은 너무 부끄러울 정도다. 레슨 할 때 노래를 불러 주면 눈을 감고 너무 좋다며 감탄하면서 들어주실 때도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이처럼 레슨을 하면서 오히려 수강생들에게 많이 배운다. 그런 만큼 오늘 하루도 열심히 레슨을 준비하려 한다.
또 한 가지, 무대에서 연주하는 모든 이들에게 실력을 평가하기보다는 크게 박수를 보내길 바란다. 그 박수를 받기 위해 그들이 연습했던,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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