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기는 개인의 인생에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아주 급격하게 성장하는 시기다. 자신의 자녀가 건강하게 자라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모든 요소가 고르게 발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언어, 인지 등 특정 영역의 발달이 더디게 이뤄지는 현상을 두고 발달지연이라고 부르며, 기질적으로 타인과 상호작용 및 여러 발달의 어려움을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를 발달장애라고 한다.
영유아기에 발생하는 발달지연은 다른 영역의 발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이후의 학습과 성장에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더욱이 이러한 현상이 오랜 시간 이어질수록 그 정도가 더 심해지면서 전형적인 발달과의 차이가 더 벌어지게 된다. 따라서 발달지연이 의심스러운 아동은 무엇보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이에 관하여 김포에서 세움아동청소년발달센터를 운영하는 고혜진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세움아동청소년발달센터의 설립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음악치료사로서 임상을 시작한지도 10년이 지나면서, 내가 원하는 공간을 구성하여 안정적으로 일하면서 많은 이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음악치료사는 발달이나 상담센터에서 타 영역에 비해 생소한 영역이다 보니, 센터에 들어가 일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약 8년 전, 이 곳 풍무동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당시 이 곳에 발달센터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지역에 음악치료와 더불어 다양한 발달지원 프로그램을 갖춘 센터를 설립하고자 하는 확신이 들었고 지금의 세움아동청소년발달센터를 개원하게 되었다.
Q. 세움아동청소년발달센터의 주 서비스를 소개해 주십시오.
A. 유아부터 청소년까지 여러 발달의 어려움이나 심리,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을 주로 보고 있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 바우처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발달 재활, 지역사회 심리지원, 특수교육 지원 바우처 대상자들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언어, 놀이, 음악, 인지학습치료와 청소년 상담, 사회성 향상 그룹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각종 언어평가와 인지학습 평가, 종합심리검사 등도 하고 있다.
각각의 프로그램은 개인별 접근이 필요하기에 상담사들의 역량이 중요하다. 따라서 분야별로 전공하고 자격증, 경력을 갖춘 전문가들이 내담자들의 어려움을 파악하여 접근한다. 사회성 그룹상담도 획일화된 프로그램을 만들어 돌리는 것이 아니라 그룹원들의 발달 정도, 기능, 나이, 성별 모두 고려하여 그룹핑을 하고 거기에 맞추어 프로그램을 구성하려고 노력한다.
Q. 세움아동청소년발달센터만의 특징을 말씀해 주십시오.
A. 우리의 일은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좋은 세팅도 물론 중요하지만, 상담사의 역량과 성품이 90%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장애아동들의 어머님들이 상담사들의 이직을 따라서 움직이시는 경우도 많고 나 역시 그게 이해가 되기도 한다. 운영자로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좋은 성품의 상담사들을 찾아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초임 시절 무용동작치료 워크샵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강사로 오신 협회부회장님께서 마지막에 “누구나 치료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으나 좋은 전문가가 되는 것은 어렵다. 바로 엄마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 좋은 전문가라 할 수 있다.”라고 해 주신 말씀을 지금까지 새기고 있다. 이런 마음을 가진 선생님들과 함께하려고 노력한다.
이를 위해 나는 채용 면접에서 보통 1~2시간 정도 여유를 가지고 그분에 대해 알아가고자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면접을 진행한다. 나의 태도를 보시고 대부분은 의아해하시지만, 전 그 시간을 통해 함께 하실 수 있는 분인지를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한다. 지금 계시는 우리 선생님들은 모두 아이들을 낳고 키우고 이 일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이 있는 성품이 좋은 분들로 우리 센터의 자산이자 장점이다.
Q. 운영에 있어 가장 우선으로 보는 가치관과 철학은 무엇입니까?
A. ‘세움’이라는 이름에 우리의 가치관과 철학이 그대로 있다. 나처럼 오랜 시간 장애아동을 교육하고 상담하는 사람들은 장애가 완치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도 부모님들과 우리가 열심히 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사회에서 더 건강하게 적응된 모습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함이다. 나는 그 뜻을 ‘세움’이라는 이름에 담았다.
심리, 정서적 어려움을 가진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프로이트도 약간의 강박, 히스테리, 편집증이 있는 것을 정신적으로 정상이라고 했다. 심리적 문제로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그 부분을 도와 결국은 적응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의미 역시 ‘세움’이다. 개인적인 신앙의 관점에서는 지금 이 자리에 있기까지 하나님이 나를 세워주셨고, 나는 함께 하는 동역자들로 선생님들을 세우고,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보다 건강하고 단단하게 세우는 일들을 해주실 것이라 믿는다.
Q.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지난달에 아주 기쁜 소식을 들었다. 나를 비롯한 각 영역의 선생님들이 4년 정도 만난 친구가 있는데 종결 이후에 고등학교를 진학했다. 고등학교 입학 후에도 우리한테 보여주겠다고 교복을 입고 과자를 사서 혼자 찾아오기도 했다. 나에게는 자기 학교 교가 악보를 보여주더니 피아노 반주를 해 달라고 해서 녹음해주고, 그 친구는 그 자리에서 내 모습을 그려서 선물로 주면서 서로 재능 기부하는 거라며 웃기도 했다.
이후에도 그 친구는 스승의 날이면 먼저 전화해 주기도 하고, 간혹 카톡으로도 안부를 주고받고 했는데, 지난달 대학에 합격했다고 연락이 왔다.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진학한 것이 맞냐고 물었더니 당당히 가장 가고 싶었던 학교였다고 답하더라. 대학 합격 소식도 기뻤지만, 그 친구가 3년 동안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가기 위해 노력했고,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내적인 힘이 있다는 점이 더 기쁘고 고맙고 대견했다.
Q. 현재의 사업장과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노하우(Know-how)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처음 센터를 시작했을 때부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는 ‘신뢰와 소통’이다. 우리가 큰 규모가 아니기에 내원하는 내담자 관리를 담당 선생님뿐 아니라 원장인 나도 같이하려고 한다. 초기상담과 검사 결과도 꼼꼼히 살피고, 필요하다면 상담도 따로 하면서 신뢰감을 함께 형성하고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선생님들과도 수시로 대화하면서 내담자들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들도 나눈다. 각자 개별 상담을 주로 하기에 혼자 일하다 보면 외롭기도 하고, 책임에 대한 무게감도 무겁다 보니 동료로서 이야기하며 고충도 나누고 소통하려고 한다. 또 하나는 ‘초심을 잃지 말자.’는 것이다. 기독교 신앙에 기초한 운영 철학을 가지고 있기에 이 센터를 사업장이 아닌 사역장이라 생각하고 이곳에서 예배와 기도하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Q. 앞으로의 전망과 목표를 말씀해 주십시오.
A. 개인적인 목표는 앞으로도 건강히 번아웃되지 않고 일하는 것이다. 센터 간 경쟁이 싫어 처음 이곳에서 시작했으나 주변에 점점 관련 기관이 많아지고 코로나19 시국이 이어지면서 운영이 매우 어려웠던 것이 현실이다. 큰 욕심을 가지기 보다는 ‘문을 닫아야 하나’하는 걱정 없이 운영할 수 있었으면 한다. 다행히 아직은 소개를 통해 꾸준히 찾아오시는 분들이 계시고 든든한 선생님들이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Q. 해당 인터뷰 기사를 접하게 될 독자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A. 처음부터 서울이 아닌 김포에서도 실력 있는 좋은 선생님들이 양질의 상담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물론 지금까지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이용하시는 분들이 ‘굳이 일산이나 서울로 가지 않아도 괜찮구나’ 하실 수 있도록 말이다. 상담은 단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브랜드네임이나 소문만 믿고 멀리 가시지 말고 가까이에 있는 신뢰감이 가시는 좋은 곳을 찾으셨으면 한다.
그리고 아이의 발달이나 정서가 염려되신다면 주변 분들보다는 전문가를 찾아가서 검사도 받아보시고 상담하시길 권한다. 막연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기다리시다 중요한 시기를 놓치거나 상황이 악화해 오시는 사례들을 보면 무척 안타깝다. 우리도 당연히 비용을 고려해서 검사나 상담이 필요하면 권하는 거지 필요치 않으면 굳이 권하지 않는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오해는 접고, 편안한 마음으로 방문하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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