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정신적, 신체적, 심리적으로 크게 변화한다. 그 속도는 개인에 따라 얼마든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또래 아이들과 비교할 때 유독 속도가 느리거나 똑같은 상황에서 다소 다른 반응을 보인다면 발달 지연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러한 발달 지연은 선천적인 문제를 원인으로 타고나기도 하지만, 아동이 놓인 상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유사한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동이라도 구체적으로 어떤 원인 때문에 이 같은 행동을 보이는 지를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 그 원인에 따라 아동에게 필요한 자극을 주거나 가정에서 아동을 대하는 방식을 바꾸는 등 해결 방향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때 원인을 분명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감각통합 뿐 아니라 언어, 인지, 놀이 등 복합적인 영역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에 관하여 은평구에서 센소리포유아동청소년발달센터를 운영하는 최혜림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은평 센소리포유아동청소년발달센터의 최혜림 대표

Q. 센소리포유아동청소년발달센터의 설립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작업치료학과를 전공하고 여러기관의 소아재활병원과 정신의학과병원 및 아동발달센터에서 감각통합치료사로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그러던 중 감각통합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이 언어발달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공통할 만한 분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에 대한 연구를 위해 언어치료학과가 있는 대학원을 졸업했고, 추가적인 임상 경험을 쌓았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내가 이 분야에 정착하고 연구를 시작한지도 10년이 지났고, 감각통합 수업 과정 속에서 언어발달도 촉진되고 놀이발달과 인지발달도 효과적으로 자극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여타 기관의 직원일 때에는 원하는 도구나 환경을 자유롭게 요구할 수 없었고, 정말 필요한 도구라 할지라도 경제적 이유로 외면받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했다.

더 늦기 전에 내가 가진 철학과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담은 센터를 구축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고, 직접 센터를 운영하면서 아이들도 나도 더 행복하고 즐겁게 효율적인 수업을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지금의 센소리포유아동청소년발달센터를 오픈하게 되었다.

Q. 센소리포유아동청소년발달센터의 주 서비스를 소개해 주십시오.

A. 이곳의 대상자들은 발달이 지연된 아이들이나 발달과정은 정상이나 일상생활 속에서 감각통합의 어려움, 놀이발달의 어려움, 정서적인 어려움, 어른들과는 잘 지내지만 친구들과의 놀이가 어려운 경우, 학교나 학원에서 배우는 교육으로는 따라가기 어려운 아이들 등 일상생활의 다양한 작업영역에서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이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를 만나 수업을 받고 있다.

감각통합수업은 감각조절이 어려운지 실행이 어려운지를 평가하여 아동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수업이다. 나아가 아동의 다양한 작업영역인 대근육 발달, 소근육 발달, 시지각 및 인지 발달, 의사소통 및 사회적 상호작용, 놀이발달, 학교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밖에 씹기, 식사하기, 젓가락사용, 수저사용, 옷 입고 벗기, 단추 끼우기 빼기, 지퍼 열고 닫기, 신발 끈 묶기, 마트에서 물건 사오기, 버스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기와 같은 일상생활훈련 및 작업 활동을 통하여 아동의 삶의 질을 더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언어치료 수업에서는 먼저 아동의 언어적 어려움이 언어이해와 표현과 같은 언어발달영역인지, 발음의 어려움인지, 말을 더듬는 것인지, 청각에 어려움이 있는 것인지 또는 언어발달에는 어려움이 없지만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화용영역의 어려움이 있는 것인지를 평가한다. 이후 각 아동의 원인과 증상에 맞는 맞춤 수업을 진행한다.

인지치료수업은 또래에 비해 학습수준이 낮은 아동으로 학교나 학원에서의 교육과정에 어려움을 느껴 전문가에게 직접 지도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필요한 수업이다. 인지영역은 광범위하므로 시지각, 지능, 청각, 주의집중력, 정서 등 아동의 어려움이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인지 전문가와 깊이 있는 면담과 평가로 아동의 목표를 잡고 진행한다. 현재 수업의 질을 향상 시키기 위해 전산화 인지프로그램을 도입하였다.

놀이치료수업은 아동이 놀이발달 혹은 심리 정서에 어려움이 있는 것인지 파악하여 그에 맞는 평가와 면담이 진행된다, 욕구나 충동의 조절을 어려워하거나 다양한 놀이가 어려워 혼자 노는 것이 좋은 아동, 단순한 동작을 반복만 하며 노는 아동, 사회적 문제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아동, 불안이나 우울 증세가 강한 아동 등에게 필요한 수업이다.

감각통합, 언어, 인지, 놀이치료와 같은 1:1 개인수업들이 일정 회기 이상 진행된 후에 아동의 개인능력이 많이 향상되면 짝수업·그룹수업으로 연결된다. 그룹수업은 학교적응프로그램과 함께 사회성의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이뤄지는데 이때 개인수업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문제점들이 또래 아이들과 있을 때 많이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전문가의 관찰을 통해 따로 개인수업을 추가로 하며 그룹활동에서 보였던 문제행동을 중재 하는 경우도 있다.

▲ 센소리포유아동청소년발달센터 내부 전경

Q. 센소리포유아동청소년발달센터만의 특징을 말씀해 주십시오.

A. 대부분의 아동들은 감각통합 하나에만 어려움이 있기보다는 감각통합이 어려운 아동들이 언어발달이나 인지발달, 놀이발달에도 어려움을 가진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작업치료학에 포함되어있는 감각통합과 언어치료학이라는 2가지 학문을 모두 전공했고 임상에 적용하고 있다, 그만큼 아동의 소중한 50분이라는 제한된 수업시간 동안 아동의 발달에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상담선생님을 채용할 때도 두 가지 영역을 전공했거나 공부하고 있는 선생님들을 많이 모신다.

나는 언어치료를 접목한 감각통합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나와 같은 과정을 밟고 계신 감각통합 선생님들도 있고, 감각통합치료를 10년 넘게 하시다가 언어치료를 또 전공하여 언어치료를 하고 있는 선생님도 있다. 또 다른 선생님은 작업치료와 특수교육학을 전공하고 인지치료를 하고 계신데 더 깊이 있는 인지치료를 위해 언어치료대학원에 들어가서 또 공부하고 있다. 이처럼 아이들의 삶의 질을 더 풍요롭게 향상시켜주기 위해 다양한 학문을 끊임없이 배우며 더 전문적이고 통합적으로 다가가고자 노력하는 선생님들이 많은 것이 우리 센터만의 특징이다.

Q. 운영에 있어 가장 우선으로 보는 가치관과 철학은 무엇입니까?

A.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고 아이가 행복해야 상담사도 행복하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잘 놀고 잘 말하는 것이 쉬워 보이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것이 잘 되지 않아 전문기관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는 한 가지 영역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을 아울러서 공부하고 통합하여 아동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도 보호자도 상담사도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 환경과 도구에 돈을 아끼지 않고 매년 전문지식을 쌓는 전문기관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Q.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가장 큰 보람은 아동들이 빨리 종결을 하고 다시는 만나지 않을 때다. 여기서 말한 종결은 보호자가 담당 선생님과 신뢰를 쌓지 못하여 종결하는 것이 아니다. 아동이 더 이상 수업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의 수준으로 올라와서 다시는 센터에 오지 않는 것이다.

2019년도에 센터를 오픈하였는데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만3년이 다되어가고 있다. 한 번은 아동이 자폐인 것 같다며 눈물을 흘리며 찾아온 어머니가 있었는데 전문가가 봤을 땐 자폐가 아니었지만 계속 아무런 자극을 주지 않는다면 자폐처럼 보일 수는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게 2년 동안 아이에게 맞는 다양한 수업을 집중적으로 했다. 개인수업에서 짝수업으로, 짝수업에서 그룹수업으로 연결되며 많이 향상된 모습으로 종결하고 센터를 나갔을 때 가장 보람찼다.

또 5세가 될 때까지 무발화였던 아동도 기억에 남는다. 내가 센터를 오픈한다고 하니 보호자 분께서 집도 거리가 있는데 택시타고 멀리까지 와서 주 2~3회씩 감각통합수업과 언어수업, 놀이수업을 열심히 받았다. 그렇게 우리 센터에 온지 몇 개월이 되지 않아 발화가 터졌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 엄마, 아빠부터 시작해서 문장까지 너무 한꺼번에 마구 터져 나오느라 발음과 호흡은 아직도 훈련 중이지만 처음 발화를 시작하였을 때 기뻐하는 보호자의 표정과 말을 하면서 스스로 행복한 아동의 표정이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고 매일 힐링된다.

▲ 본 센터는 작업치료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Q. 현재의 사업장과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노하우(Know-how)를 말씀해 주십시오.

A. 나뿐만이 아닌 다른 선생님들께서도 감각통합과 언어치료 영역 두 가지를 모두 전공하신 분들이 많이 계시며 대근육과 소근육, 언어, 인지, 놀이, 사회성 모든 영역을 아울러 아동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아동에게 필요한 수업을 타 영역선생님과 상의 후 통합된 전문 수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 우리 센터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하며 이러한 강점이 센터를 오픈한지 2년이 되지 않았을 때인 작년 5월에 아동들이 많이 늘어서 다른 층에 확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Q. 앞으로의 전망과 목표를 말씀해 주십시오.

A. 현재 미국에서 진행하는 국제감각통합전문요원 자격증과정을 우리나라에서는 1기로 이수 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센소리포유아동청소년발달센터에서 감각통합수업을 받는 아동들이 질적으로 더 좋은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나아가 감각통합영역 뿐만이 아닌 언어영역, 인지영역, 놀이영역, 사회성영역까지 모든 영역의 수업의 깊이와 완성도가 좋아지도록 상담사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센터가 더 탄탄해지고 안정이 되면 아동들이 수업 받는 환경이 더 좋아질 수 있도록 이사를 하는 것이 목표다.

Q. 해당 인터뷰 기사를 접하게 될 독자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A. 요즘 아동들은 코로나19 상황으로 바깥 활동을 잘 하지 못하고 어린이집도 다니지 않는다. 그만큼 집에서 미디어 노출이 많이 되어 발달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모든 자극은 적절하게 제공되었지만 아동의 기질적인 이유로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들이 많은데, 적절한 중재개입을 받아야 할 때에 기회를 놓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발달이 느리지만 언젠가는 또래처럼 성장하는 아동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동들도 있기 때문에 발달지연이 의심된다면 망설이지 말고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보기를 추천한다.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자극을 받지 못한다면 중재의 기간은 더 길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센터 내 전문가들은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전문교육을 받은 상담진들이다. 보호자가 보기에는 그냥 노는 것 같아보여도 상담진들은 아동의 어려움을 평가하고 과정을 계획하고 중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업활동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상담진과 면담을 하고 깊이 있는 신뢰를 쌓아야 한다. 또한, 센터에서 하는 짧은 수업만으로는 아동의 변화에 한계가 있기에 전문가의 조언을 받은 보호자가 집에서 제공해주는 자극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