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탄생은 누구에게나 그렇듯 큰 축복으로 다가온다. 처음으로 ‘뒤집기’에 성공하고, 팔을 세워 땅을 짚고 기어가고, 놀이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는 부모는 엄청난 감동과 행복을 느낀다. 엉거주춤 걷기 시작하고 생후 1년이 지나면, 이제 기다리는 것은 아이의 발화(發話)일 것이다. ‘엄마’, ‘아빠’를 비롯하여, 이제는 상호간의 언어적 소통이 가능하기를 기대한다. 발화 시점은 정해진 답이 없기에, 대부분은 그저 기다릴 것을 종용한다. 그러나 시간이 좀 더 흘러 주위 또래의 아이들이 의사소통을 시작하는 데도 내 아이만 그렇지 못한다면, 이에 대한 걱정은 더 이상 막연한 것이 아니다.
언어 지연·장애,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등의 증상은 대게 영·유아 과정에서 시작되며, 많은 케이스에서 무발화 현상을 동반한다. 발달 과정이 느린 경우에도 발화가 늦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온라인상에서 ‘무발화’라는 단어만 검색하더라도, 이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호소하는 부모들의 질문과 제각각의 답변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의사소통 없이 살아가기 힘들다. 이러한 소통의 근간은 ‘말’이고, 말은 발화를 통해 이뤄진다.
관련하여, 특화된 무발화 수업을 통해 발달이 느린 아이들, 자폐를 겪는 아이들에게 효과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한다는 최수아통합발달센터의 최수아 센터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특화된 무발화수업을 진행하는 최수아통합발달센터의 최수아 센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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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수아통합발달센터의 개원 취지는 무엇인가?
A. 우리 아이가 5살이 되었을 무렵, 자폐 진단을 받았다. 치료 센터를 찾아다니기를 1년이 지나니, 나아지기는커녕 2급 자폐 판정, 즉 중증 자폐가 되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되어 재활센터, 발달센터 등을 찾았지만 이 아이는 언어재활을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니 데리고 나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폐는 치료가 되지를 않는다. 이게 최선이다.’ 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던 것 같다. 그때부터 내가 직접 우리 아이를 치료해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학위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수년이 흘러, 우리 아이는 20살이 넘었고, 이제는 과거에 비해 모든 부분에서 극명히 나아짐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나와 같은 걱정을 하고 있는 많은 부모님들을 위해, 나 역시 부모된 마음으로 도움을 드리고 싶었고, 그렇게 센터를 개원하게 되었다.
Q. 센터가 모두 아파트 내에 위치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A. 높이 뻗은 상업 건물에 흰 가운을 입고 아이를 대하는 것은, 부모에게는 신뢰를 줄 수 있으나 정작 치료가 필요한 아이에게는 도움을 줄 수 없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가정과 비슷한 환경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아이들에게 있어 첫 인상과 초기 상담, 접근은 치료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Q. 주요 치료 분야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A. 말의 시작은 발화이다. 말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해주고, 말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기도록 해야 한다. 우리 센터만의 특화된 수업이 바로 ‘무발화 수업’이다. 기존에는 인지, 언어, 감각, 놀이, 정서 등에 대해 개별적 치료가 이뤄졌다면, 이 무발화 수업은 한 명의 교사가 모든 걸 동시에 주입하는 통합 수업이다. 발화, 자발향상, 흥분도 조절, 행동 및 언어제어, 일상 생활 수업 등, 실제로 일반적인 상황에서 행해지는 수업 방법들을 위주로 한다. 즉, 아이의 일반화에 가장 큰 초점을 둔다. 각 치료 선생님이 다르거나 혹은 수업 날짜마다 다른 선생님이 오는 것이 아니라, 교사 한 명이 전담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교육한다. 이는 아이의 정서적 유대감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
▲ 최수아통합발달센터에서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연회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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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통합발달 수업이 필요한 대상은 어떻게 되는가?
A. 무발화 아이, 신경이 느린 아이, 공격성이 있거나 자해를 하는 아이, 끊어서 말하는 아이, 인지가 늘지 않는 아이, 행동이나 분노조절이 잘 되지 않는 아이 등, 이러한 다양한 증상들은 모두 아이가 의사소통과 표현을 하지 못해 나오는 답답함의 표출 방식이다. 통합발달 수업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로, 이러한 통합발달 수업은, 현재 아이에게서 가장 시급한 부분에 대해 순서를 정하여 언어, 운동, 정서적 교육을 필요한 시기에 적절히 적용하여 수업을 진행한다.
통합발달 수업을 진행했을 때, 우선 표현할 수 있는 언어와 인지 및 수용 가능한 언어가 늘어나게 된다. 이를 통해 학습력이 향상된다. 또한, 2차 언어라 할 수 있는 행동 표현이 줄어들고 공격성을 띄거나 짜증, 고집, 자해, 분노조절 등에 대한 현상이 긍정적으로 변화한다. 이러한 상황을 아이 스스로가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자존감이 높아지고 적극성을 띄게 된다. 모방을 통한 언어 확장이 이뤄지며, 최종적으로는 아이가 점점 일반화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Q. 치료 방식과 내용이 일반적인 센터와 사뭇 다른 것 같다. 이유가 있는가?
A. 나는 발달센터의 센터장이기 이전에, 2급 자폐아를 키워낸 한 아이의 엄마다. 아이에 대한 어머니의 희생과 헌신은 만국공통일 것이다. 심리학 관련 책에 대해 수 없이 많이 읽어보았고, 언어는 뇌가 담당하기에 뇌에 관한 서적과 논문, 신문, 스크랩까지 모두 독파했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수업 방식인 통합발달 수업을 적용했다. 자폐 아동의 전형적 증상을 하나씩 소거해가면서 일반 아이가 하는 것들은 뭐든지 시켰다.
또한, 큰 아들은 자폐 증상이 없이 성장했기에, 큰 아들의 뇌 발달을 근거로 하여 둘째에게 많은 부분들을 적용해 보았다. 발달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는 통합된 뇌가 없다. 그래서 뇌의 신경세포를 하나하나 늘려가는 작업을 해야 했다. 특정 사고방식에 묶이지 않고 내 아이에게 실제로 효과가 있는 방법들을 끊임없이 찾아내고 연구했다. 어느 순간 지나고 보니 이러한 치료 방법은 우리 센터에서만 하고 있었다. 아이를 포기할 수 없는 절박한 부모의 심정으로 만들어낸 수업 방법이기 때문이다.
Q.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A. 말 못하는 아이가 있다면 제일 먼저 최수아통합발달센터를 떠올릴 수 있게 되도록 더 노력하고 키워나가겠다.
Q. 센터를 찾게 될 부모님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5살 때 자폐 판정을 받고, 6살 때는 중증 자폐였던 둘째 아이가 만 20살이 넘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까지만 해도 변화 속도가 빠르지 않던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자 더 많은 변화를 보였고, 지금도 일반화 되어 가는 과정 중에 있다. 이제는 만 30세까지의 계획을 세우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어린 시절에 우리 아들이 어떻게 하면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고, 발달센터의 센터장이 된 이후로, 그리고 지금도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판단이 된다면, 우선 아이의 모습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는 부모의 긍정적 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여정을 함께할 수 있는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가 일반화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멋지게 살아갈 수 있도록 통합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