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답이 존재하는 수학과 달리 미술은 무엇이든 정답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같은 사물 혹은 같은 주제를 표현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모양이나 크기, 색감, 질감을 전혀 다르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요소는 특히 아동, 청소년들의 자존감과 상상력, 표현 능력을 높이고 마음의 힘을 기르는데 도움을 준다.
이에 관하여 경기 용인시에서 듀미술학원을 운영하는 장주영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듀미술학원의 창업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듀미술을 개원하기 전 예중, 예고 진학 수업을 해왔다. 그림을 처음 배운 친구와 호흡을 맞추며 실력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이어 합격까지 해내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린 기억이 있다. 또, 그림 그리는 걸 너무 좋아해 계속 그림을 그렸지만, 어느새 슬럼프가 와 그림을 안 그린다는 친구가 힘든 시간을 겪고, 마침내 원하는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도 함께했다.
미술이 좋아 만난 친구들과 선생님들, 모두 하나같이 눈이 반짝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12시간씩 하는 수업도 하루하루 뿌듯한 얼굴로 맞이하는 나를 보았다. 그리고 더 많은 아이를 만나고 싶었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 그림을 즐기러 오는 친구들부터 미술을 전공하고 싶은 친구들까지 다양하게 호흡하고 싶어 듀미술을 만들었다.
Q. 듀미술학원의 주요 서비스 분야를 소개해 주십시오.
A. 듀미술은 모두 개인 진도로 진행된다. 어릴 적 나는 진도에 맞춰진 미술학원에 다녔다. 내 실력보다 쉬운 단계인 그림 또는 너무 어려운 그림을 그리며 나의 실력을 개인적으로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듀미술을 시작하며, 두 가지를 반드시 지키고자 했다. 첫째, 개인에 맞는 수준으로 수업할 것. 둘째, 아이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그림으로 힐링함과 동시에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것.
듀미술에 등록하고서는 아이들이 그림으로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반드시 한다. 그리고 아이들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선생님들은 각자 흥미로워하는 분야에 대해 파악한다. 첫 수업은 반드시 ‘선 연습’이다. 연필을 쥐는 법부터 선을 긋고 색을 칠하는 것까지 차분하게 익히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좋아하는 분야를 그리기 시작으로 수업을 이어 나간다.
좋아하는 분야를 그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술은 영어나 수학 같은 주요 과목이 아니다. 따라서 그림을 통해 나를 표현하고 힐링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주제로 나만의 작품이 완성되었을 때만큼 큰 성취감이 없다. 따라서 아이들마다의 이야기를 집중해 들어주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듀미술 수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바로 ‘연필 소묘’ 수업이다. 그림의 가장 기초가 되는 과목인 소묘 수업을 시작으로 그림을 연습한다.
Q. 운영에 있어 가장 우선으로 보는 가치관이나 철학이 있다면
A.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건 아이들의 행복이다. 미술학원에서의 특별한 경험과 추억이 아이의 가치관과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아이 한 명 한 명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든든한 친구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늘 갖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재료와 표현 기법을 통해‘예술’을 접하며 저마다 다양한 이야기를 그려낸다.
처음엔 어려워서 그림에 손도 대지 못했던 친구들이 이젠 스스로 그림 주제를 말하고 무엇이든 도전하고 싶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스스로 작품을 완성해냈을 때의 큰 뿌듯함이 아이의 유년시절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실력과 행복,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듀미술의 지향점이다.
Q. 현재의 사업장을 만들 수 있었던 노하우나 비결이 있다면
A. 학구열이 치열한 강남 대치동과 송파구에서 오랜 기간 예중, 예고 진학을 위한 미술 수업을 했다. 전공을 준비하는 아이들은 더 깊이 있게 그림을 배우고 시험 유형에 맞는 가장 ‘잘’ 그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때 선생님은 실력 향상과 동시에 아이들의 심리를 파악하여 시험 당일까지 잘 해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하루에 길게는 14시간씩 함께 생활하며 어떻게 하면 단기간에 그림 실력이 향상되는 지와 아이들의 심리 파악에 집중했던 시간이 지금의 노하우를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린 시절, 미술이 가장 좋아 미술학원 선생님들을 무척 동경했다. 하지만 당시 선생님들은 아이 한 명 한 명에 집중해줄 수 없는 분위기에 선생님과의 교감이 잘 되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선생님이 된다면, 아이들을 대할 때 ‘내가 원했던 선생님’이 되고자 늘 생각해왔고, 지금도 그 마음을 갖고 아이들을 만난다.
Q. 프로모션 및 이벤트에 대해 자세히 적어주십시오.
A. 그림을 제대로 배우는 학원이라고 소문이 난 만큼 듀미술은 그림의 정석인 소묘와 수채화를 주로 배운다. 하지만 종이에 그린 그림은 시간이 지나면 종이의 색이 바래고 낡을 수 있다는 점이 늘 아쉬웠다. 이제 더 나아가 6월 말~7월 초 즈음에는 도예 수업을 통해 그릇에 그림을 그리는 수업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Q. 향후 목표가 있다면
A. 미술 선생님으로서의 가장 큰 목표는 지금의 아이들이 커서 지금을 떠올렸을 때, “듀미술을 다녀서 참 좋았어.”라는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지금의 순간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는 것이다. 그림 실력 향상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의 마음을 들어주고 보듬어주는 든든한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다.
듀미술 수업 방식을 좋아해 주시는 분이 많아 참 감사하다. 아이들의 실력이 향상되는 걸 가까이에서 보시고 성인 수업을 열어달라고 문의를 많이 주시는데, 수업 전후로는 내 작업을 하느라 성인 수업을 개강하지 못하고 있다. 나중에는 듀미술 성인 취미 화실을 꼭 오픈하고 싶다.
Q. 독자에게 한 마디
A. 초등교육 과정부터 고등교육 과정까지 대한민국 교육과정에는 다양한 가이드 라인이 존재한다. 초등학생 때는 덧셈과 곱셈을, 중학생 때는 방정식을 배우는 식이다. 교육과정이란 틀 안에서 방정식을 푸는 초등학생은 조기교육이라는 타이틀 아래 곱지 못한 시선 혹은 부담스러운 기대감을 느끼게 된다.
미술은 자신의 오감으로 느낀 것, 추가로 자신이 상상한 것을 내 손으로 펼치는 작업이다. 나는 자신이 느낀 바를 펼치는 과정에서 본인이 한계를 규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초등학생에게 색연필 대신 4B연필을, 수채화물감 대신 유화물감을 쥐어주곤 하는데, 그러면 아주 종종 놀라움을 경험하곤 한다. 초반엔 익숙지 않은 도구에 어려워하지만 이내 스펀지 같은 흡수력으로 초등학생이 그린 것이라고는 믿지 못할 퀄리티의 작품을 그려내기 때문이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그림의 수준이 낮은 것도, 그림의 깊이가 얕은 것도 아니다. 그 모든 것을 규정하고 한계 짓는 것은 아이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각일 뿐이다. 그들에게 기쁨과 슬픔 등의 추상적인 가치를 그려보게 하라. 아마 본인의 생각보다 뛰어난 작품에 화들짝 놀라게 될 것이다. 파블로 피카소가 10살 때 투우 그림을 그리고, 16살 때 국립 왕실 미술학교에서 가르칠 게 없다고 말한 것을 떠올리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아이의 한계를 결정짓는 것은 아이의 능력이 아니라 어른의 편협한 시각일 수 있다는 점을 조심하자. 그 점에서 나는 미술을 사랑한다. 적어도 미술에서 아이의 한계를 규정짓고 옭아매는 가이드 라인은 교과과정에서 존재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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